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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蘭汀學術賞

  • 작성일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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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 韓國語文會는 지난 4월 27일(金), 蘭汀 南廣祐 박사가 국어국문학계에 끼친 공로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蘭汀學術賞의 제3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제3회 난정학술상 본상에는 沈慶昊(高麗大) 교수가, 우수상에는 朴宰泯(淑明女大) 교수가 선정되었는데,  수상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沈慶昊 高麗大學校 敎授]                                              [朴宰泯 淑明女子大學校 敎授]

■ 金東鉉(本會 編輯人-이하 金東鉉) : 제3회 蘭汀學術賞을 수상하셨습니다. 수상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沈慶昊(高麗大學校 敎授-이하 沈慶昊) : 여러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가 나이 60살이 조금 넘었는데 여기서 손을 놓지 말고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 金東鉉 : 선생님은 학위를 교토대학에서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연유와 漢文學과의 인연도 함께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沈慶昊 : 은사인 白影 鄭炳昱 선생님께서 한국문학의 고전미학이론이 한문으로 적혀있고 한문학이 민족문학의 내부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래서 학부 시절에 한문을 본격적으로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여, 雨田 辛鎬烈 선생님을 師事했습니 다. 학부 졸업논문과 석사논문을 쓰면서, 우리 고전문학의 본질이 매우 복잡한 층위를 지니고 있고, 그 역사적인 흐름은 서구의 이론으로는 재단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신호열 선생님께서는 추사 김정희의 문집을 번역하고 계셨는데, 考證學을 꼭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때 정병욱께서, 고증학과 근세 중국학의 최고 수준에 있는 교토대학으로 가서 공부하라고 권유하셨습니다.
■ 金東鉉 : 선생님의 저서 중에서 󰡔한국한문기초 학사󰡕는 우리 한문학 연구의 기초학에 관한 체계를 다룬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한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沈慶昊 : 한국한문은 중국의 문언어법과 중세 백화어 등을 차용하여 이루어져 있고, 또 한국식 한문학을 발달시켰습니다. 최근에 도달한 생각은, 한국인은 한자·한문의 응용에서 體系性과 系譜性을 지녔다는 점입니다. 많은 문헌정보를 중국에서 借用했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것 자체는 獨創性을 띠었습니다. 구어를 표현할 수 있는 우수한 문자인 한글이 있었지만, 중국고전 문화의 수용이 우리 문화발전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므로, 한문의 해독과 구사에 탁월한 지적 집단을 양성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지요. 한자·한문으로 된 문헌을 공부해야 하고, 중국의 문화를 선별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중국과 외교문서를 교환해야 했습니다. 또한 국내의 정치나 지방의 행정에서는 한자·한문을 우리식으로 변형한 한국식 한문을 관습적으로 사용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한자·한문의 기초학이 독자적으로 크게 발달했습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한문학과 경학, 불교학 등의 고급문화와 지식학이 전개된 것입니다. 저의 『한국한문기초학사』는 바로 그 기초학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조망한 것입니다.
■ 金東鉉 : 한자가 점점 외면 받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한문과 한문학은 어떻게 해석되고 받아 들여져야 하는지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沈慶昊 : 한국문화의 특징은 문학 자체나 학술 내부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언어에서도 역사 적 언어문자체계가 중요한 기능을 지닌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자각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상은 한자·한문이 만들어낸 의미의 세계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름도 지명도 서적 도, 문화의 주요 용어도 모두 고전에 뿌리를 둔 한자어가 많습니다. 사실 한자의 공부는 낱글자를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한자가 사용된 텍스트, 그 텍스트가 기능하는 컨텍스트를 중시해야 합니다. 개개인이 그 복잡한 양상을 모두 이해할 필요는 없겠지만, 漢字와 漢文 텍스트, 한자·한문의 활용 맥락을 연구해서 일반인들이 언어문자생활을 개선할 때 중요한 관건이 되는 준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 金東鉉 : 올해 초에 개정판 󰡔내면기행 - 옛사람이 스스로 쓴 58편의 묘비명 읽기󰡕를 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묘비명에 관심을 두고 계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沈慶昊 : 본래 십수 년 전에 우리 한문학의 자료에서 전설의 세계, 국토산하의 미, 내면의 세계를 주제로 삼은 시문들에 주목하고 양식과 주제에 따라 네 종류의 ‘紀行’ 시리즈를 구상했습니다. 중세의 사람들이라고 해서 맹목적 이데올로기에 갇혀 산 것이 아니라 공간과 내면을 탐사했습니다. 저는 그 탐사의 歷程을 추적하기 위해 그 시리즈를 기획했고, 그 가운데 ‘내면기행’은 옛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묘비를 작성하면서 현재 이 순간의 삶의 의미를 어떻게 파악했는지 추적한 것입니다. 우리 고전 문학에는 중국문학보다도 자기 스스로 죽음을 想定하면서 쓴 글들이 꽤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58인의 예를 들었습니다. 『사기』에서도 ‘죽음에 대처하기가 어렵다’는 주제를 말했고, 서양 중세에서도 ‘메멘토 모리(너의 죽음을 생각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그로써 삶을 반성하는 문학이 발달했습니다.
■ 金東鉉 : 얼마 전 우리 가수들이 북한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남한과 북한의 학문교류도 더욱 더 활발해질 수 있지 않나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북한과 남한의 한자, 한문교육에 대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沈慶昊 : 1963년에 북한의 과학원 고전연구 서에서 <새옥편>을 간행한 적이 있습니다. 모두 1만 2천 여자의 각 한자가 무슨 운에 속하는지 韻屬을 전부 밝혀두었고, 우리 한문에서 만 사용하는 한자어 용법, 우리 한자들을 수록했습니다. 남쪽보다 일찍 체계적인 한자사전을 만 든 것이지요. 또 수년 전에 북한 김일성대학에서 『조선식한문』이라는 박사논문이 나왔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한국식 한문에 관심을 가진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문기초학사』 결론 마지막에, 남북학자가 만나서 한자·한문의 발달사와 연구방법을 토론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우리 문화는 한자문화권에 위치하면서 동시에 독자적 위상을 지켜왔습니다. 한자·한문은 한국이 가진 중요한 자산이고 남북한 공동의 기억 장치입니다. 이것을 연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공동의 기억을 잊어버리고 소통의 방법을 잃어버려, 迷兒가 되고 말 것입니다. 남북의 성과를 교환하면서 깊이 있는 고전연구를 수행하고 언어문자생활의 새 지침을 마련하게 되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 金東鉉 : 선생님께 많은 영향을 주셨던 은사님과의 기억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沈慶昊 : 저는 어느 누구보다 幸福한 사람입니다. 국내만이 아니라 국외의 훌륭한 선생님들 의 지도도 받았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사실상 학생들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지도교수제가 시 행되었는데, 학부 1학년 지도교수이셨던 李秉根 선생님은 그런 목적과는 상관없이 지도학생들에게 학문적인 대화상대가 되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제가 고전문학, 그것도 한문학을 전공하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정병욱 선생님의 지도를 받도록 해주셨습니다. 정병욱 선생님의 권유로 교토대학에 유학을 했고, 淸水 茂(시미즈 시게루), 興膳 宏(고젠 히로시), 小南一郞(고미 나미 이치로) 선생으로부터 중국 고전한문의 정확한 해석, 고증학의 방법, 문학과 경학의 연관, 문헌학 자체를 배웠습니다. 그리고 귀국해서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조교수로 있으면서 鄭良婉 선생님과 閔泳珪 선생님의 훈도를 통하여 爲堂 鄭寅普 선생님의 학맥을 잇게 되었습니다. 두 분을 통해서 중국학이나 고증학을 국학의 방법과 연결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후 문자학의 대가 白川 靜(시라카와 시즈카) 선생님을 직접 뵙고 그분의 지도로 갑골학과 금문학의 세계를 조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 金東鉉 : 한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나 우리의 평범한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고전 글귀가 있다면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沈慶昊 :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은 논어의 ‘人之生也直’입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올곧게 태어났다’는 말도 되고 ‘사람은 살아가면서 올 곧아야 된다’는 말도 됩니다. 우리 삶에서 ‘直’이라는 말만큼 중요한 것이 있을까요? ‘直’이라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기만하지 말아야 합니다. 학문 세계에서는 내가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고 아는 것은 아는 것인데 모르는 것을 아는 체해서는 안 됩니다. 丁若鏞은 배움이란 ‘雅言’에 비추어 잘못을 깨닫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언은 올바른 개념이란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지적인 활동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도 ‘直’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문고전이 강조하는 자기반성의 태도를 배워, 정직함을 바탕으로 조화로운 세계를 조금씩 구축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 金東鉉 : 제3회 난정학술상을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 부탁드립니다.
○ 朴宰泯(淑明女子大學校 敎授-이하 朴宰泯) : 이사장님으로부터 전화를 받던 때는 점심을 먹던 때였습니다. 뜻밖의 전화라 무슨 일이실까 하는 생각으로 듣고 있는데, 南廣祐 선생님의 號인 蘭汀을 설명하시고 수상소식을 알려 주셨습니다. 약간 멍했고, 잠시 후 기뻤습니다. 남광우 선생님은 제가 鄕歌와 高麗歌謠를 공부하면서 늘 곁에 끼고 살던 『古語辭典』의 집필자이시고, 예전에 고려가요의 難解句에 대한 상세한 논문을 경탄 속에 읽은 기억이 있어 늘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대선배님이십니다.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교내식당을 나오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상 자체로도 감사하지만, 선생님의 학적 영역에 招待狀을 받은 느낌이 들어 그게 더 좋았습니다.
■ 金東鉉 : 국문학 중에서 고전시가영역을 공부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朴宰泯 : 大入試驗 준비로 국어Ⅱ 공부를 하다가, 薯童謠라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동시에 이 작품의 해석이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몰래”라는 단어가 앞에도 나오고 뒤에도 나와 시어가 重複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향찰체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도 무언가 納得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參考書에서도 그 의문에 대한 시원한 답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내가 이런 것들을 잘 알아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멋지게 설명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국문학과에 진학했습니다.
■ 金東鉉 : 고전시가 중에서도 특히 고려가요나 향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 朴宰泯 : 연세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하여 과내 연구모임인 고전문학회 활동을 했습니다. 선배와 같이 春香傳도 읽고, 고려시대의 假傳體도 읽고, 고려가요도 읽으면서 그 텍스트들에 대해 論評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삐뚤빼뚤한, 가끔은 한자로도 쓰인 세로로 된 글자들을 한 글자씩 깨우쳐 가면서 그것들 속에 들어 있는 옛사람의 마음과 생활을 알게 되는 과정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도대체 新羅人들의 노래에서 풍기는 저 엄숙함의 향기, 고려인들의 저 거침없는 욕망의 향기는 어떤 구름과 바람이 키워낸 것일까? 그리고 그 노래의 뜻이 우리가 현재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가? 등의 의문이 들었습니다.
■ 金東鉉 : 시가 해석의 경우 시어에 대한 語釋의 문제를 강조하시고 계십니다. 어석의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朴宰泯 : 혹자는 文學은 想像力의 것이므로 創作者의 의도 그대로 파악하지 않고 需用者의 상상을 덧보탠 해독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고전문학은 우리가 그것을 통하여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속을 면밀히 살피고 그 마음속에 들어가 그들과 대화할 수도 있는 소중한 것인데,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그저 표정에 나타난 내용만으로 상상하여 그들을 이해한 것으로 看做해버린다면 그것은 그들과 소통한 것이라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위해서는 그들 의 언어를 알아야 하지만,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그 뜻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언어들이 있기에 어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석은 현재와 과거의 대화채널을 견고히 확보하는 작업이기에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 金東鉉 : 다른 시가와는 달리 신라 향가와 고려 가요가 주는 매력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朴宰泯 : 고전시가의 4대 장르를 꼽으라고 한다면, 향가·고려가요·시조·가사라고 하겠습니다. 이외에 악장과 민요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향가와 고려가요는 시대적으로 1000년의 거리만큼 떨어져서 피었던 꽃들입니다. 우선 시기적인 거리가 멀어서 주는 자체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또, 발견의 매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료를 더 보충해서 보다 보면 노래뿐만 아니라 그 노래를 부르던 이들의 삶의 모습, 욕망, 제도, 움직임 등이 파악됩니다. 동해에서 신선의 세계를 찾아 떠나는 화랑의 모습도 보이고, 유토피아를 찾기 위해 서쪽을 향해 기도하는 승려의 모습도 보이고, 떠나간 님을 부르며 강가에서 목메어 우는 여인의 모습도 보입니다. 노래의 해석을 통해서 그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보고 再構成할 수 있다는 希望, 그것이 제가 향가와 고려가요를 해석하는 이유입니다.
■ 金東鉉 : 현행 제도권 내에서의 문학교육의 보완점을 고전시가의 영역과 관련 지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朴宰泯 : 언제나 고전문학은 문학교육의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였습니다. 좋은 취지로 운영되고 있고 또 그만큼의 敎育的 成果도 많았습니다. 다만 근래에 들어 고전문학을 어려워한다는 현장의 소리에 이를 보다 쉽고 간단하게만 가르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한자는 한글로 바꾸고, 옛글자는 현대어로 바꾸어 槪略的인 의미 전달에서 멈추고 있습니다. 고전은 原典을 그대로 볼 때 그 원전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아카데믹한 즐거움이 생기는데, 그것을 쉽게 읽도록 변형하여 전하면 그 내용은 현대문학의 감수성 기교와 경쟁이 안 됩니다. 고전의 매력은 견고한 외벽을 자기 힘으로 뚫고 그 속에서 생생히 펼쳐지는 삶의 모습을 목도할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도달하는 과정이 학문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金東鉉 : 선생님께 영향을 주신 은사님이 계신다면 에피소드와 함께 이야기해주셨으면 합니다.
○ 朴宰泯 : 서울대에서 權斗煥 선생님을 만난 건 생의 幸運이었습니다. 선생님의 성품은 진중하고, 품위가 있고, 깊었습니다. 제자가 생활의 차가운 바람에 괴로워할 때나, 학문의 깊은 강에 빠져 허덕일 때, 넉넉한 손길과 조언을 주셨습니다. 따끔한 학문적인 충고 또한 잊을 수 없습니다. 박사학위 제출 시, “너의 論文은 논문이 아니라 冊이다. 논문이라는 것은 疑問을 제기하고 그것을 깊이 있게 풀어가는 과정인데 너의 논문은 작품의 배열과 이에 딸린 평면적 해석밖에 없지 않느냐”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 가르침에 논문의 구성을 전면적으로 바꾸어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고, 그 논문은 2009년 서울대 인문대학 최우수박사학위논문이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선생님의 恩德이라 할 것입니다.
■ 金東鉉 : 고전문학 특히 시가를 연구하고 있는 연구자들이 꼭 읽어야 할 필독서가 있다면 어 떤 것인지요? 그 이유도 함께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朴宰泯 : 梁柱東의 『古歌硏究』를 읽지 않고 고전시가를 공부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한 권의 책에 우리의 노래, 설화, 사상, 민속, 생활이 전부 다루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서정연한 구조, 그리고 누구보다도 방대한 자료 섭렵. 한 사람의 머리에서 어떻게 그렇게 많은 내용이 뿜어져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자료의 근면한 섭렵, 명확한 파악, 그리고 견실한 구조화 등이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