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蘭汀學術賞 受賞者 인터뷰
- 작성일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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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賞: 申東昕(建國大學校 敎授) 優秀賞: 金秀燕(서울여자대학교 敎授)
■ 金東鉉(本誌 編輯委員-이하 金東鉉): 제7회 蘭汀學術賞 本賞을 수상하셨습니다. 수상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申東昕(建國大學校 敎授-이하 申東昕): 제가 시골에 살아서 봄에 무척 바쁩니다. 마당에서 몇 시간 일을 하고 들어와서 보니까 南基卓 선생님께서 부재중 전화를 하셨더군요. 연락을 드렸더니 蘭汀學術賞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하시는 거예요. 알아듣지 못해서 다시 여쭈어봤을 정도로 意外였습니다. 고전문학 분야에 훌륭한 연구자들이 참 많으시거든요. 무척 외람되면서도 정말 영광스럽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저 공부가 좋아서 열심히 연구하면서 책과 논문을 써왔는데 과분한 보답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를 학자의 길로 인도해 주신 恩師님들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 상은 저를 도와서 자료조사와 정리작업에 수고한 제자들과 함께 받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영광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金東鉉: 선생님의 저서나 논문들을 보면 구비문학 관련 연구들이 많습니다. 고전문학 중에서도 구비문학 분야를 전공하시게 된 계기를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申東昕: 제가 人文大學에 입학한 것은 본래 역사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중간에 마음을 바꿔서 철학을 전공하려 했다가 국문학으로 방향을 바꿨지요. 진짜 역사와 진짜 철학이 문학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원래 현대문학을 전공하려 했었는데, 제가 4학년이 될 때 부임하신 徐大錫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口碑文學을 인생의 반려로 삼기로 결정했습니다. 민간에서 積層的으로 전승돼 온 구비문학이 진정한 삶의 문학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제 개인사와도 관련되는 결정이었습니다. 돌이켜보니 窮僻진 어촌에서 장녀로 태어나 학교 문턱에도 못 가보신 어머니께서 들려주신 生涯談이나 俗談이 가장 귀한 문학이었고, 강제징용 피해자로 일제강점기를 겪으신 先親께서 들려주신 각종 경험담과 설화가 가장 흥미로 운 문학이었습니다. 구비문학은 기록문학과 달리 사람들이 떠나면 함께 사라지잖아요? 그 자료들을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찾아서 정리하고 그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 저의 운명적 과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金東鉉: 원형이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찾아내고 풀어내는 작업이 지니는 학술적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 申東昕: 저는 흔히 口碑說話를 양파에 비유해서 설명하곤 합니다. 겉으로 보면 거칠고 단순해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계속 새로운 속살이 나옵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과 상상이 凝縮된 데 따른 특성이지요. 그 속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본원적 통찰이 켜켜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과거는 물론 현재와 미래에도 통하는 원형적 요소지요. 국내외를 막론하고 현대 문화예술 콘텐츠에서 옛 이야기가 핵심 자원 구실을 하고 있음은 우연이 아닙니다. 한국은 세계에 類例가 없는 방대한 구비설화 아카이브를 갖추고 있어요. 이는 미래 K-人文學, 또 는 K-CULTURE를 위한 최고의 資産이 되어줄 것 입니다.
■ 金東鉉: 최근에는 설화를 "문학치료학" 관점으로 접근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학문은 한국에서 생겨나 성장해온, 대안적 인간학이자 치유론이라고 하는데 그에 대해 자세히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申東昕: 한국의 文學治療學은 학과 동료 교수였던 故 鄭雲采 선생께서 개척한 새로운 연구분야입니다. 문학치료학은 인간을 문학적 존재로 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인간이 곧 문학이므로 문학을 치료함으로 써 인간을 치료한다는 것입니다. 내면에서 삶을 움직이는 문학을 문학치료학은 "自己徐事"라고 일컫는데, 이야기 형태의 認知-表現 체계에 해당합니다. 문학 치료학은 일찍부터 자기서사를 비춰보고 조정하는 핵 심 통로로 구비설화에 주목했습니다. 설화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은 전공자 입장에서 놀랍고 흥미로운 일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관심 을 갖게 됐고, 정운채 선생님이 작고하신 뒤 遺業을 이어받아 본격적으로 연구에 나서게 됐습니다. 한국 民譚과 神話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이어서 세계의 민담 및 신화로 영역을 넓히면서 치유적 서사분석 작 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문학치료학은 현장 상담활동 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놀라운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 金東鉉: 세계 각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한국어로 구술한 설화자료를 집대성한 이야기자료집인 『다문화 구비문학대계』도 출간하실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료가 갖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申東昕: 구비문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면서 대학원 시절부터 개인 또는 공동으로 다양한 現地調査를 진행해 오고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설화를 제대로 口演하는 화자를 찾기 어렵게 됐습니다. 탑골공원과 종묘공원을 비롯한 도심 공원 이야기판을 대상으로 한 설화 조사를 일단락한 뒤 생애담 조사로 눈을 돌려서 시집살이 이야기와 한국전쟁 체험담 조사 정리작업을 전국에 걸쳐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구비문학 제보자로 눈에 들어온 것이 移住民들이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온 이주민 중에는 설화를 들으면서 성장한 이들이 있을 거라고 봤는데, 조사에 나서 보니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세계의 설화를 생생한 한국어로 듣는 건 새롭고도 놀라운 문화적 경험이었습니다. 이주민이 구술한 1,500편 가량의 이야기를 디지털 아카이브로 構築하고 20권의 책으로도 출간했는데, 21세기 韓國語文學과 문화콘텐츠의 귀한 자산이라고 할 만합니다. 문학과 민속학, 사회학 외에 국어학 분야에서도 좋은 연구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 金東鉉: 선생님께 많은 영향을 주셨던 은사님과의 기억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申東昕: 국어국문학과에 진입하면서 훌륭한 은사님들을 만나서 새롭고 소중한 가르침을 많이 받았습니다. 학생들과 격의없이 어울리는 인간적인 모습이 경이롭고도 감명 깊었어요. 李相澤 선생님의 가요 반세기와 權寧珉 선생님의 곱사춤은 잊을 수 없습니다. 徐大錫 선생님께서 부임하면서 師弟間의 인간적 교류는 더 깊어졌지요. 학생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시면서도 公과 私를 분명히 구별하면서 학문적 엄격성을 견지하시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구비 문학을 공부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徐大錫 선생님께서 기뻐하시던 모습이 잊히지 않습니다. 지도교수의 연구를 답습하는 건 무의미하다고 하시면서 저만의 새로운 연구영역과 방법을 전적으로 지원해 주신 것은 큰 행운이고 은혜였습니다. 선생님의 학문적 公正性과 開放性을 본받아서 실천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대학원 시절에 부임하신 趙東一 선생님께서 “구비문학 전공자는 현장에 살아야 하네!”하고 말씀해 주신 것도 제 학문 인생에 소중한 지침이 되었습니다.
■ 金東鉉: 구비문학을 연구하고 있는 젊은 연구자들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申東昕: 趙東一 선생님께 받았던 가르침을 후배와 제자들에게도 전하고 싶습니다. 구비문학은 책이 아닌 현장에서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통적인 현장이 많이 와해됐지만, 사람이 있고 말이 있는 곳에는 구비문학이 있기 마련입니다. 구비문학의 새로운 현장을 널리 탐색하고 성찰하면서 연구를 확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AI나 증강현실, 챗GTP 등이 구비문학의 새로운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現象을 좇아가기 보다 미래를 앞서서 내다보면서 선도적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구비문학 연구자들이 언제라도 놓지 말아야 할 것은 言衆에 대한 신뢰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하는 믿음은 구비문학에 담긴 가치 요소를 찾아내는 바탕이 됩니다. 아울러서, 漢字 공부에 대한 내용을 덧붙이고 싶습니다. 구비문학을 전공함에 있어 方言 지식은 필요해도 漢字나 漢文은 큰 쓸모가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구비문학은 즉석에서 구술로 소통되면서 지나쳐가기 때문에 한자에 대한 식견이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구비문학 연구에서 漢字와 漢文의 중요성은 저의 恩師이신 徐大錫 선생님께서 늘 제자들에게 강조하셨던 바이기도 합니다.
■ 金東鉉: 제7회 蘭汀學術賞 優秀賞을 수상하셨습니다. 수상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金秀燕(서울여자대학교 교수-이하 金秀燕): 지난 3월 20일 오전, 南基卓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를 주시어 이번 난정학술상 우수상에 선정되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매우 뜻밖의 소식이라, 전화를 받고 제대로 감사하다는 말씀도 못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이 자리를 빌려, 南基卓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그동안 제가 했던 공부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이 상은 저에게 學恩을 베풀어주신 여러 선생님과 선배님들께 이제부터 제대로 보답하라는, 따뜻하지만 매우 엄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르침을 잘 새겨서, 앞으로도 겸손하게 정진하는 연구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金東鉉: 국어국문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고전소설을 전공으로 선택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 金秀燕: 저는 학부 때 行政學을 전공했습니다. 公務員이 되기를 희망하셨던 부모님의 뜻에 따라, 행정학과에 입학한 것입니다. 이대 법정대 고시반에도 들어갔고, 1~2년 동안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정말 열심히 고시 공부를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4학년이 되고, 인생의 최종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 되었을 때 제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부모님께 국문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리고 국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어려서부터 歷史와 文學을 좋아했었기에 자연스럽게 고전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鄭夏英 교수님의 古典小說 講讀 수업을 들으며 原典을 읽는 맛과 고전 속 유쾌한 통찰을 발견하게 되어 고전소설을 전공으로 선택했습니다.
■ 金東鉉: 특히 선생님의 경우 우리의 고전자료와 중국의 고전자료의 비교를 토대로 우리 고전 서사의 특징을 연구하시는 데 몰두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이유와 중요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金秀燕: 한국과 중국의 고전을 대상으로 문학의 전통과 서사의 소통 문제를 고민한 것은 박사논문부터였습니다. 저는 박사논문에서 17세기 말에 창작된 한 문소설 <창선감의록>과 이 작품을 19세기에 국문으로 개작한 <화씨충효록>을 비교하며, 改作 과정에 영향을 미친 주요한 두 가지 문학 전통 중 하나가 "중국 세정소설 화소와 기법의 원용"이라는 것을 확인했습 니다.
당시까지 중국소설과의 관계는 연의류와 당전기에 방점을 두고 논의되었는데, 사실 중국에서는 明代 <금병매>부터 淸代 <홍루몽>를 거치며 인정소설 혹은 세정소설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중국 소설사에서 유례없이 상업소설이 집중되었던 17세기 전반에 출간된 백화소설의 다수도 세정서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었고, 조선에서도 상당수가 유입되어 읽혔습니다. 18세기 중국소설의 국내 유통을 확인할 수 있는 <중국소설회모본>의 소설목록에도 세정소설류가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조선의 소설인들은 앞 시대와 동시대의 한중 소설을 능동적으로 창작에 반영하는 "서사적 소통"을 즐겼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고전자료를 보다 정확하고 의미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소설 환경과 소설인들의 문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고전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조선이라는 시공간에 한정해서 바라볼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고전은 수준과 역량이 상당하며, 그것이 펼쳐내는 세계관도 현대인의 예상을 뛰어 넘습니다. 지구를 일주하고 발견한 새로운 대륙에서 건국의 역사를 새로 쓰는 <태원지>, 중국은 물론 몽골과 金國과 安南의 국제 정세를 사실에 가깝게 재구하며 서사의 무대로 삼은 <완월회맹연>이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작품을 한 국가의 문학 전통 안에서만 논한다면 그 의미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할뿐 아니라, 오히려 의미의 축소 왜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고전을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도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국가들의 자료를 함께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金東鉉: 가문소설계열 중심의 국문 장편소설들의 인물 특징을 살펴보거나 우리의 고소설을 논의하는 데 있어 도장의 상상력을 중시하는 이유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 金秀燕: 장르 속성상 고전소설에는 작가가 의식하거나 의도하지 않은 상상력이 개입되기도 하고, 주류 담론과 다른 시선이 포착되기도 합니다. 그 부분을 찾아내고 작품에 숨겨진 서사를 발견하는 것도 연구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儒敎的 관점의 연구가 주류인 분위기에서 道敎的 想像力에 대해 공부했고, 도교적 상상력의 보고이고 동아시아 서사 전통의 원천인 『道藏』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장』은 2007년 중국에 있을 때 자료를 모았고, 2012년부터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때까지 국내의 『도장』연구는 철학 분야에서 몇 차례 이루어졌고 문학 분야에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현대의 연구자에게 다소 생소한 『도장』은 삼국시대부터 조선후기까지 여러 문인이 독서하고 인용했던 텍스트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전문학을 이해하는 데 의미 있는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도교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바라본 고전소설은 조선이 유교라는 관점에 국한된, 경직된 사회가 아니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 삶과 죽음, 우주와 지상을 연결하는 확장된 상상력으로 구성된 작품들을 발견하면서, 조선이 지닌 역동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선후기를 거치며 공적 분야에서는 잠시 주춤했지만, 영역간 경계가 사라지는 오늘날, 고 전에서 발견하는 도교적 상상력은 더욱 눈부신 활약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金東鉉: 현재 고전서사는 다양한 장르로 재창작되어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있는데 좀 더 보완해야 할 콘텐츠 개발의 방향성이나 고전문학 교육에 대해 말씀 해 주셨으면 합니다.
○ 金秀燕: 콘텐츠의 흡입력을 결정하는 것은 매체의 기술 수준이 아니라 그것에 담기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의 이야기가 서사력을 갖추면 享有者의 共感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의 경험은 표층서사가 아니라 심층서사의 층위에서 일어나며, 독자는 인물을 통해 자신의 결핍을 凝視하고 인물의 취약성에 共鳴하며 인물과 서사적으로 연대하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고전 활용 콘텐츠의 경우는 원전을 그대로 옮겨야 한다는 강박을 조금 덜어내고, "왜"와 "어떻게"의 방법으로 작품과 소통하는 과정을 즐기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웹툰 <그녀의 심청>의 인기는 작가가 <심청전>의 한 장면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어떻게"라는 고민을 한 결과입니다. 왜 심청이는 수양딸로 삼겠다는 장승상 부인의 제안을 거절했을까? 그 제안을 수락했다면 자신은 물론 부친을 봉양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 텐데.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지, 오늘날의 인간관계를 고려하여 또 다른 서사의 갈래를 만든 것이 <그녀의 심청>입니다. 이것은 조선의 소설인들이 즐겼던 "서사적 소통"과 유사한 "이야기 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은 고전 교육에도 적용됩니다. 이제 교육은 일방향이 아닌 상호대화형 놀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왜"와 "어떻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서사적 소통 놀이는 학생들에게 고전을 친숙한 옛이야기로 느끼게 하고, 무엇보다 교육의 핵심 과제인 인간관계 문제를 조금은 가볍고 편안한 방식으로 풀어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金東鉉: 선생님께 많은 영향을 주셨던 은사님과의 기억을 말씀해주셨으면 합니다.
○ 金秀燕: 저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은사님은 鄭夏英 선생님, 李慧淳 선생님, 成基玉 선생님, 姜秦玉 선생님, 朴逸勇 선생님입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연구와 삶으로 공부의 기초와 학자의 자세를 가르쳐주셨습니다. 특히 지도교수이신 정하영 선생님께서는 평소에 는 다정하신데, 공부에 관해서는 매우 엄하셨습니다. 학부 4학년 때 대학원 진학을 위해 선생님을 찾아뵈었는데, 선생님의 첫 말씀이 "무엇이 되고 싶어서라면 대학원에 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였습니다. 학문의 여정이 쉽지 않음을 염려하신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더 넓게 공부할 기회를 주시기 위해 힘쓰셨습니다. 석사 과정을 마친 후, 任滎澤 선생님께 실증적 한문학을 익히도록 해주셨고, 鄭在書 선생님께는 동양 신화에 대해 배우도록 하셨습니다. 다양하고 깊이 있는 공부를 통해 좁은 시각에 갇히지 않기를 바라셨습니다. 또한 선생님은 한국 고전을 공부하는 데 중국 고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중국에서 생활할 기회를 제안해주셨고, 그 덕분에 중국 山東에서 초빙교수로 2년, 北京大學에서 방문학자로 1학기 정도 연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 시기에 접한 자료는 연구의 중요한 자산이 되었고, 교유한 학자들은 지금까지 15년이 넘은 지금까지 좋은 벗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 金東鉉: 선생님의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 金秀燕: 연구자로서의 계획은 지금 집필하고 있는 『문학적 장면의 발견-고소설의 사회사』를 완성하는 것과 고전소설 전공자들과 함께 하고 있는 『교주·현 대역 <완월회맹연>』을 완간하는 것입니다. 이 중 조선 최대의 소설 <완월회맹연>(180책)의 現代譯 완간은 우리 고전소설 연구사에서 의미있는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일본의 <겐지모노가타리>와 중국의 <홍루몽>이 한 나라가 아니라 세계의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현대역이 이루어졌기 때문입니다. 작품성과 역사적 의미가 이들에 못지않은 <완월회맹연>의 현대역이 완성된다면 한국 고전소설이 또 다른 의미에서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육자로서는 제가 느끼는 고전에 대한 감동과 감격을 사랑하는 학생들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